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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인문학(해외배송 가능상품)

기본 정보
저자 김준
출판사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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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59066292(895906629X)
쪽수    372쪽
크기    170 * 225 * 25 mm /733g











저자소개

저자 : 김준

전남 곡성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광주로 이사를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 사회학과에 입학했다. 병역을 마치고 동 대학원에 진학해 사회사, 미시사, 지역사에 관심을 가졌다. 농촌과 농민운동 연구로 석사학위를 마친 후 어촌 공동체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도서문화연구원에서 10여 년 동안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섬 문화·어촌 공동체·갯벌 문화 등을 연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어촌 사회학의 연구 대상과 방법을 찾고자 했다. 2008년부터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으로 섬·어촌·문화·관광 관련 정책을 발굴하며, 섬과 갯벌의 가치를 사람들과 나누는 글을 쓰고 있다. 또 슬로피시 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30여 년을 섬과 바다를 배회한 것은 섬살이와 갯살림에서 오래된 미래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에서다.

그 과정에서 『바닷마을 인문학』(2020년 우수환경도서), 『한국 어촌 사회학』, 『섬:살이』, 『물고기가 왜?』(2016년 우수환경도서, 2017년 책따세 추천도서), 『어떤 소금을 먹을까?』(2014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청소년 권장도서, 2014년 한국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도서), 『대한민국 갯벌 문화 사전』, 『김준의 갯벌 이야기』, 『바다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는 섬 여행』, 『새만금은 갯벌이다』, 『갯벌을 가다』, 『섬문화 답사기』(전5권), 『바다맛 기행』(전3권) 등의 책을 펴냈다. 또 바다와 갯벌 냄새가 물씬 나는 ‘섬과 여성’, ‘바닷물 백 바가지 소금 한 줌’, ‘갯살림을 하다’, ‘소금밭에 머물다’ 등 해양 문화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지금도 갯벌과 바다, 섬과 어촌을 찾고 그 가치를 기록하고 있다.

목차

추천의 글 ㆍ 006
책머리에 ㆍ 010

제1장 동해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명태 : 명태는 돌아오지 않았다
망태에서 막물태까지 ㆍ 023 | 명천의 태씨가 잡았으니 명태라고 하다 ㆍ 026 | ‘변방의 생선’에서 ‘백성의 생선’으로 ㆍ 029 | 집 나간 명태를 찾습니다 ㆍ 032 | 명태, 문설주에 걸리다 ㆍ 036 | 명태 만진 손을 씻은 물로 사흘 찌개를 끓인다 ㆍ 039

가자미 : 한쪽 눈으로는 세상을 볼 수 없다
조선은 가자미의 나라 ㆍ 040 | 도다리쑥국을 먹으면 여름에 병치레를 하지 않는다 ㆍ 043 | 가자미식해는 실향민의 음식이다 ㆍ 047 | 차가운 바람과 따뜻한 바람으로 말리다 ㆍ 051

청어 : 청어가 돌아왔다
청어는 죽방렴으로 잡는다 ㆍ 054 | 청어의 눈을 꿰어 말리다 ㆍ 057 | 일본의 니신소바와 독일의 청어버거 ㆍ 060 | 과메기의 원조는 청어다 ㆍ 063 | 청어와 꽁치의 뒤바뀐 운명 ㆍ 066

고등어 : 푸른 바다의 등 푸른 바닷물고기
등이 푸르고 무늬가 있다 ㆍ 069 | 일본의 고등어 공급 기지로 전락한 어장 ㆍ 073 | 바다의 금맥 ㆍ 076 | 가을 고등어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 ㆍ 078 | 고등어는 눈을 감는 법을 모른다 ㆍ 081

도루묵 : 모든 것이 말짱 도루묵이다
여름에 도루묵이 많이 잡히면 흉년이 든다 ㆍ 083 | 도로 묵이라 불러라 ㆍ 086 | 너무 많이 잡혀 개가 물고 다닌다 ㆍ 091 | 겨드랑이에 넣었다 빼도 먹을 수 있다 ㆍ 094

아귀 : 가장 못생긴 바닷물고기
낚시를 잘하는 물고기 ㆍ 097 | 아귀에 물려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ㆍ 101 | ‘인천 물텀벙’과 ‘마산 아귀찜’ ㆍ 104 | 마산 아구데이 축제 ㆍ 106

제2장 서해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조기 : 쌀에 버금가다
뜻을 굽히지 않겠다 ㆍ 113 | 조기로 세금을 납부하다 ㆍ 117 | 조기가 머무는 곳마다 파시가 열렸다 ㆍ 120 | 황금색 조기의 전설 ㆍ 122 | 천금 같은 조기 ㆍ 126 | 왜 법성포 굴비였을까? ㆍ 129

웅어 : 바다와 강은 통해야 한다
웅어회는 막걸리에 빨아 고추장을 곁들이면 좋다 ㆍ 132 | 물고기마저 의리를 지키려고 사라졌구나 ㆍ 135 | 관리들이 웅어를 빼앗는다 ㆍ 138 | 바다로 드는 강 ㆍ 141 | 철조망에 가로막힌 포구 ㆍ 144

민어 : 양반은 민어탕을 먹고 상놈은 개장국을 먹는다
연하고 무름한 민어를 보내시오 ㆍ 147 | 살아서 먹지 못하면 죽어서라도 먹어야 한다 ㆍ 151 | 백성들이 쉽게 먹을 수 없는 ‘국민 물고기’ ㆍ 155 | 굴업도 민어 파시의 비극 ㆍ 158

홍어 : 찰진 맛과 삭힌 맛의 비밀
암컷은 식탐 때문에 죽었고, 수컷은 색욕 때문에 죽었다 ㆍ 163 | 걸낚으로 잡는 홍어 ㆍ 167 | 홍어 어획량이 감소하다 ㆍ 169 | 명주옷 입고도 홍어 칸에 들어가 앉는다 ㆍ 173 | 검게 타버린 흑산도 어머니들의 애간장 ㆍ 176

숭어 : 바다를 건너온 봄의 전령
숭어가 눈을 부릅뜨다 ㆍ 180 | 여름철 숭어는 개도 쳐다보지 않는다 ㆍ 183 |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바닷물고기 ㆍ 186 | 숭어가 뛰니까 망둑어도 뛴다 ㆍ 189 | 숭어 껍질에 밥 싸먹다 논 판다 ㆍ 192

병어 : 정약용이 예찬한 바닷물고기
회수율과 가성비가 좋다 ㆍ 196 | 정약전은 병어를 기록하고, 정약용은 병어 맛을 보다 ㆍ 199 | 생선 요리의 팔방미인 ㆍ 202 | 남도 사람들의 끼니를 해결해주다 ㆍ 205

제3장 남해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대구 : 바다에 경계를 긋다
대구는 화어, 대두어, 설어라고 불린다 ㆍ 211 | 수산왕 가시이 겐타로, 바다를 점령하다 ㆍ 215 | 성질이 평하고 독이 없다 ㆍ 218 | 거제대구와 가덕대구의 논쟁 ㆍ 220 | 세계의 지도는 대구 어장을 따라 변해왔다 ㆍ 223

멸치 : 멸치도 생선이다
멸치를 업신여기지 마라 ㆍ 226 | 배 위에서 멸치를 삶다 ㆍ 230 | 가장 몸값이 비싼 죽방렴 멸치 ㆍ 233 | 멸치잡이는 극한직업 ㆍ 236 | 가룸과 느억맘과 멸치젓 ㆍ 239

전어 : 전어가 고소한 이유
하늘하늘 은빛 비늘을 휘날리다 ㆍ 244 | 전어는 가격을 따지지 않는다 ㆍ 247 | 왜 ‘가을 전어’라고 할까? ㆍ 250 | 바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뭍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길다 ㆍ 253

삼치 : 남쪽으로 튀어보자
배 한 척 가득 잡으면 평안 감사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ㆍ 258 | 양반들이 삼치를 싫어한 이유 ㆍ 261 | 성질이 급한 삼치는 잡자마자 죽는다 ㆍ 264 | 삼치를 담는 접시도 핥아 먹는다 ㆍ 268

서대 : 서대를 박대하지 마라
서대 없이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ㆍ 272 | 서대는 소의 혀와 비슷하다 ㆍ 275 | 여수의 서대와 군산의 박대 ㆍ 277 | 그 많던 서대는 어디로 갔을까? ㆍ 283

우럭 : 우직하고 답답한 바닷물고기
고집쟁이 우럭 입 다물 듯하다 ㆍ 286 | 난생인가, 태생인가? ㆍ 289 | 자연산과 양식산의 구분법 ㆍ 292 | 우럭젓국과 우럭간국 ㆍ 295

제4장 제주도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방어 : 정말 방어는 제주도를 떠났을까?
방어는 어린 방어를 잡아먹는다 ㆍ 301 | 먹성이 좋은 바다 돼지 ㆍ 305 | 방어는 왜 지역마다 먹는 방식이 다를까? ㆍ 310 | 여름 방어는 개도 먹지 않는다 ㆍ 313

갈치 : 제주도 여자들의 삶을 대변하다
갈치는 칼을 닮았다 ㆍ 317 | 은빛 영롱한 제주 은갈치 ㆍ 321 | 은빛 비늘이 벗겨진 목포 먹갈치 ㆍ 325 | 제주도에서 힘든 여자의 삶 ㆍ 327

자리돔 : 자리돔은 태어난 곳을 떠나지 않는다
재물과 행운을 가져오다 ㆍ 331 | 자리밧 몇 개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 ㆍ 335 | 보목 사람 모슬포 가서 자리돔물회 자랑하지 마라 ㆍ 337 | 바다의 귀족이 부럽지 않다 ㆍ 341 | 자리돔이 반이면 콩이 반이다 ㆍ 344

옥돔 : 신이 반한 바닷물고기
단맛이 나는 ‘붉은 말의 머리’ ㆍ 347 | 옥돔을 둘러싼 서귀포와 한림의 자존심 싸움 ㆍ 350 | 신에게 바치는 생선 ㆍ 353 | 도미의 여왕 ㆍ 357

참고문헌 ㆍ 361

출판사 서평

바다는 인간의 고향이자, 바닷물고기의 삶터다
명태에서 멸치까지, 동해에서 제주도까지,
바다와 자연과 인간의 숭고한 삶에 대해

우리나라는 2012년 여수엑스포를 기념해 5월 10일을 ‘바다 식목일’로 정했다. 바다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범국민적 관심 속에서 바다 숲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바다 식목은 수심 10미터 내외 바다의 암초나 갯벌에 해조류나 해초류를 이식해 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곳은 뭍과 섬에서 영양물질이 많이 유입되고, 햇빛이 잘 들고, 광합성 작용이 활발해 식물성 플랑크톤, 해조류, 해초류, 부착생물 등이 많다. 해양 생태계 중 기초 생산자가 많아 먹이사슬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공간이다.
바다 숲은 해조와 해초 군락, 그 안의 해양 동물을 포함한 군집을 말한다. 바다 숲은 생물의 다양성 유지, 어린 물고기의 은신처 제공, 먹이 공급, 산란 장소 등 바다 생물의 서식지 기능을 한다. 수질 정화, 바다 저질(底質) 안정화 등 해양 환경 유지 기능도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인간에게 유용한 식품과 생태 체험과 해양 레저 관광을 할 수 있는 친수공간도 제공해준다. 이처럼 바다는 해양생물이 생활하는 삶터이자, 우리 인간의 삶이 시작되는 곳이다.
『바다 인문학』은 바닷물고기 22종을 통해 바다의 역사와 문화, 생태계의 변화, 어민들의 삶, 바다 음식, 해양 문화 교류사, 기후변화 등을 살피고자 한다. 또 동해, 서해, 남해, 제주 바다에 서식하는 바닷물고기와 사람살이가 형성한 해양 문화적 계보,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정서와 식문화 변천사를 담았다. 밥상은 바다의 가치를 도시민과 나눌 수 있는 매개체다. 어부는 정한 시기에 정한 곳에서 허용된 양을 잡아야 하며, 소비자는 그 가치를 존중하고 적절한 값을 지불해야 한다. 어업은 우리의 건강하고 즐거운 밥상과 이웃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어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바다 환경과 생물종 다양성도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 슬로푸드는 산업화된 폭력적인 어업 방식이 아닌 전통 어업 방식과 소규모 어업 생산자들을 존중하고 응원한다. 최근에는 ‘음식의 질’을 넘어 ‘삶의 질’, ‘생명’, ‘초월적인 삶’이라는 철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슬로푸드가 그렇듯이 슬로피시도 바다 음식을 영양학으로 접근하는 것을 거부한다. 슬로피시는 지속 가능한 어업과 책임 있는 수산물 소비를 지향한다. 그리고 해양 생태계·기후변화·해양 쓰레기, 어획 방법과 소비 방식과 어민들의 삶을 함께 살피는 ‘미식학’을 지향한다. 지속 가능한 미식이란 이렇게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공존하고 공생하는 그물로 차린 밥상이다. 바다는 인간의 고향이면서 바닷물고기의 최후의 보루다. 이제 바다는 인간의 식량 창고가 아니다. 과거 벌거벗은 산을 숲으로 가꾸기 위해 온 국민이 삽과 호미를 들고 나무를 심었다. 바다가 사막으로 변하는 것을 막고 ‘바다 식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다.

고등어는 ‘바다의 보리’이고, 조기는 쌀에 버금갔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은 고등어다. 노인부터 숟가락을 들 줄 아는 아이들까지 즐긴다. 고소하고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을에 잡은 고등어는 값이 싸고 영양가가 높아 ‘바다의 보리’라고 불렀다. 그만큼 서민들이 보리처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생선이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는 경남 거제도 장승포, 울산 방어진, 경주 감포, 포항 구룡포, 전남 여수 거문도 등 조선의 연안에 일본인들이 어촌을 건설해 고등어를 잡아갔다. 이들은 건착망과 기선 등 선진기술로 무장해 대량으로 포획한 고등어를 일본으로 운반했다. 이렇게 조선의 어장은 일본의 고등어 공급 기지로 전락하기도 했다.
조기는 동해의 명태, 남해의 멸치와 함께 서해를 대표하는 바닷물고기다. 한치윤의 『해동역사』에는 꼬리와 지느러미가 모두 황색이라 ‘황어(黃魚)’라고 했고, 명나라 풍시가의 『우항잡록』에는 일반 물고기와 달리 피가 없어 승려들이 ‘보살어’라고 하여 먹는다고 했다. 또 조기는 사람에게 기운을 돋우는 생선이라고 해서 ‘조기(助氣)’라고 했다. 『승정원일기』(1627년 5월 27일)에는 조기가 잡히는 칠산 바다 어장은 임금이 하사한 곳이자 조세가 면제된 곳으로 성균관에 납부해 공궤로 사용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기잡이 어세는 조선 초기부터 국가의 중요한 재원으로 농사를 짓는 땅의 세금이 쌀이라면, 바다의 중요한 세원은 조기였다. 다시 말해 조기는 쌀에 버금가는 품목이었다. 실제로 세금을 조기로 납부하기도 했다. 특이하게도 일제강점기에 상갓집에 가면서 조기를 조의품으로 하기도 했다.
멸치도 생선이냐고 누군가 묻는다. 멸치는 생선이다. 우리나라 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생선이다. 『자산어보』에 멸치는 “추어(?魚)라고 하고 속명은 멸어(蔑魚)”라고 했다. 이름부터가 업신여긴 흔적이 역력하다. 멸치는 산란 후 1~2일이면 부화해서 빠르게 자라는데, 그만큼 생식 주기가 짧다. 이는 생존 전략이다. 큰 물고기에게 잡혀먹기 전에 빨리 자라야 하며 개체수도 많아야 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갈치, 농어, 다랑어, 돌고래 등에게도 멸치는 소중하다. 또 물새들도 멸치를 기다리고 있다. 먹이사슬에서 멸치는 어업 생산량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플랑크톤이 해양 생태계의 기초라면 멸치는 바다 육식동물의 생존 기반이다. 작고 보잘것없는 생선처럼 보이지만, 수산인문학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멸치의 역할은 너무나도 크다.
삼치는 질풍노도를 연상케 한다. 성질이 급하고 이빨이 날카롭다. 입에 문 낚싯바늘을 빼는 순간 분을 참지 못하고 몸부림을 친다. 고등엇과에 속하는 어류 중에서 삼치는 비린내가 가장 적은 생선이다. 삼치는 늦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맛이 좋다. 오죽했으면 삼치를 칭하는 한자어가 물고기 ‘어(魚)’자에 봄 ‘춘(春)’자를 더한 ‘삼치 춘(?)’, 즉 춘어(?魚)라고 했을까? 그래서 ‘봄에 삼치 배 한 척 가득 잡으면 평안 감사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삼치 한 마리가 쌀 한 가마니와 같았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어민들과 달리 사대부 양반들은 삼치를 싫어했던 모양이다. ‘망어(?魚)’라는 이름 때문일까?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한 이가 정승에게 삼치를 보냈는데, 삼치 맛을 본 정승이 썩은 냄새에 비위가 상해 며칠 동안 입맛을 잃었다. 그 뒤로 삼치를 보낸 관찰사는 좌천을 면치 못했다.
‘돈을 아끼려는 이들은 소금 간을 한 갈치를 사먹으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갈치는 맛도 좋지만 가격도 저렴해 서민들이 즐겨 먹었다. 갈치에서 ‘갈’은 ‘칼’의 옛말인데, 여기에 물고기를 나타내는 ‘치’를 붙인 것으로 ‘칼을 닮은 물고기’라는 뜻이다. 그래서 갈치를 도어(刀魚)라고 했다. 일본에서는 갈치를 ‘큰 칼을 닮은 생선’이라고 해서 다치우오(太刀魚)라고 부른다. 영어권에서는 ‘휘어진 작은 칼 모양을 닮은 생선’이라고 해서 커틀러스 피시(cutlass fish)라고 불렀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갈치를 보고 ‘칼’을 상상했던 것 같다. 제주도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은 힘들다. 검질을 매고, 물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요리에 정성을 들일 수 없다. 갈칫국만 해도 그렇다. 그래서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린 요리가 많다.

숙종은 송시열에게 민어를, 정조는 채제공에게 홍어를 하사했다

조선시대에 조기는 제수용품, 진상품, 하사품이었다. 『태조실록』 1397년 4월 1일에는 “새로 난 석수어(조기)를 종묘에 천신했”고, 『세종실록』 1429년 8월 10일에는 “조기 1천 마리를 명나라 진상품”으로 보냈다. 또 왕이 신하나 종친에게 선물로 주는 하사품이었다. 특히 조기젓은 궁중에서 김치를 담글 때 새우젓과 함께 사용했다. 웅어도 조선 초기부터 임금의 수라상에 올랐고, 궁궐은 물론 종묘에 천신하는 물고기였다. 그만큼 수요가 많아 웅어를 잡아 바쳐야 할 위어소까지 한강 하류에 설치하기도 했다. 급기야 조선 후기 문신 김재찬은 「어부사시사」에서 “물고기 잡고 위어소를 지나지 마오. 고생하여 얻은 물고기를 관리가 빼앗는다오”라고 말했다. 왕실에 진상한 것뿐만 아니라 관리들의 횡포가 심했다는 것이다. 정조는 무신인 진방일에게 웅어젓과 밴댕이젓을 하사하기도 했다.
대구는 일찍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다. 건대구나 반건대구는 물론 대구 어란해와 대구 고지해 등을 진상했으며, 종묘와 조정의 제례에도 진상품으로 올린 대구를 사용했다. 중국 황제의 장례식이나 즉위식과 혼인식에도 말린 대구를 보냈으며, 조선 후기에는 대일관계에서도 일본에 외교 물품인 사예단으로 보내기도 했다. 또 관리의 급여나 하사품으로 지급되기도 했으며, 안부를 묻거나 인사를 할 때 고급품으로 주고받았다. 고등어는 명태, 조기, 대구처럼 제사상에 오르는 대접은 받지 못했지만, 임금의 수라상에 올리는 어엿한 진상품이었다. 또 종갓집에서는 귀한 손님을 위한 소중한 식재료로 사용되었다.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 올랐던 생선이 민어자반이다. 숙종이 80세 생일을 맞은 송시열에게 하사한 것도 민어 20마리였다. 민어는 온 백성의 사랑을 받는 ‘민’자 반열에 이름을 올린 ‘국민 물고기’였지만, 백성들이 먹을 수 있는 생선은 아니었다. 1796년 3월 초 8일, 정조는 퇴임한 좌의정 채제공에게 대홍어 한 마리를 하사하기도 했다. 정조가 신하에게 홍어를 하사했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만큼 홍어는 조선시대에도 값비싼 바닷물고기였다. 오죽했으면 1970년대 가정의례준칙을 제정했을 때 허례허식 금지의 첫 번째 음식이 홍어였을까?
숭어는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이유로 숭어(崇漁)라고도 불렸다. 또 발해에서 당나라에 사신을 파견할 때 외교 선물로 숭어를 준비했다. 『승정원일기』 1886년 10월 22일에는 고종 때 대왕대비의 생일잔치에 평양의 대동강에서 잡은 동숭어회를 올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기대승이 퇴계 이황에게 보낸 편지에도 동숭어를 선물로 보내니 기쁜 마음으로 받아 달라고 기록되어 있다.

바닷물고기, 밥상에 오르다

처음부터 명태가 조선의 백성들이 먹는 생선이 되었던 것은 아니다. 17세기 이후 숙종과 영조 대에 함경도는 이상기후로 흉년과 가뭄 등 자연재해가 잦았다. 그러자 전세·공물·진상 등을 면해주고, 사정이 조금 나은 남도의 여러 고을에서 곡식을 보냈다. 하지만 계속된 재해로 무상 진휼도 한계에 이르렀다. 그 결과 남부 지방의 쌀과 함경도의 명태를 교환하는 ‘명태 무역’이 생겨났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명태의 동건법과 유통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에서 하는 가공법이 동건법이다. 내장을 꺼낸 명태는 덕장에 널린다. 추위가 심하고 바람이나 눈이 많은 곳이 좋다. 날씨가 추워 명태 속의 수분이 얼고 다시 풀리면서 부풀어 푸석푸석해진 북어가 상품이다. 명태가 20번쯤 얼고 녹아 만들어진 것이 황태다. 강원도 대관령이나 미시령 등에서 겨울철에 명태를 말려서 ‘황태’라는 브랜드로 유통하고 있다.
청어는 덕장에 말리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기름이 배어들고 숙성이 된다. 이것이 포항의 특산물인 과메기다. 소설가 김동리는 과메기의 맛은 모든 표현을 다 갖다대어 보았자 쓸데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그만큼 맛이 있다는 말이다. 일본에는 청어 음식으로 니신소바가 있다. 니신소바는 달콤하게 조린 청어와 메밀국수의 조합이다. 에도시대에 많이 잡은 청어를 말려서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일본 도쿄 곳곳에는 절인 청어와 생메밀 면을 파는 곳이 많다. 독일의 ‘청어 버거’는 바덴해의 작은 섬 랑어오그에서 생산한 밀로 만든 빵과 채소, 염장한 청어로 만들었다. 연어와 대구와 새우를 넣은 버거도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쉽게 볼 수 있다.
1841년 6월 22일, 추사 김정희는 아내에게 “민어를 연하고 무름한 것을 가려 사서 보내게 하시오”라고 편지를 보냈다. 민어가 잡히지 않는 유배지 제주도에서 민어를 기다리는 추사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제주도에서 하나둘 가족을 잃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상한 마음에 어머니나 아내가 해준 밥이 얼마나 그리웠겠는가? 『자산어보』에는 “맛은 담담하고 달다. 생으로 먹거나 익혀 먹는 일 모두 좋지만, 말린 것이 더욱 사람을 보익해준다”고 했다. 여름 보양식으로 일품은 민어탕이요, 이품은 도미탕이요, 삼품은 개장국이라는 말이 있다. 삼복더위에 양반은 민어탕을 먹고 상놈은 개장국을 먹었다던가. 그래서 살아서 먹지 못하면 죽어서라도 먹어야 한다는 것이 민어 복달임이었다.
‘따뜻하면 굴비 생각, 찬바람 나면 홍애 생각’이라는 말이 있다. 겨울철 동해 깊은 바다에서 잡는 것이 대게라면 서해에서는 홍어다. 삭힌 홍어 맛은 코를 뻥 뚫리게 하는 강한 암모니아, 심하면 재채기를 하고 입천장을 벗겨낸다. 싱싱한 홍어의 찰지면서 입에 착 감기는 맛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씹으면 입안에서 양이 2배로 늘어나는 독특한 식감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며 상상하기 어렵다. 홍어 맛을 아는 사람들은 어창에서 새어나오는 홍어 썩는 냄새만 맡고도 환장을 했다. 오죽했으면 ‘명주옷 입고도 홍어 칸에 들어가 앉는다’고 했겠는가? 흑산도 태도 서쪽바다에서 잡힌 홍어가 영산포에 다다르면 독 안에서 썩어 자연 발효가 되어 만들어진 음식 문화였다. 전라도에서 홍탁은 삭힌 홍어에 탁주 한 사발을 마시는 것을 말한다. 막걸리 뒷맛에 따라오는 홍어 맛은 더욱 알싸하고 이어지는 막걸리 맛은 달달하다.
전어는 개흙에 서식하는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고 살을 찌우기 때문에 주요 어장이 강 하구나 연안에 형성된다. 그 맛이 좋아서 사람들이 돈을 세지 않고 먹었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했다. 『난호어목지』에는 “살에 잔가시가 많지만 부드러워 목에 걸리지 않으며 씹으면 기름지고 맛이 좋다”고 했다. 가을 전어의 고소함이란 다 자란 살이 오르고 뼈가 억센 전어를 구울 때 나는 냄새와 그 맛을 말한다. 그 냄새가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냄새다. 그래서 “가을 전어 대가리에는 참깨가 서 말”이라고 했다. 추석에 고향으로 내려와 전어 맛에 여름철에 잃은 입맛을 되찾은 사람들의 식탐이 시작될 무렵 전어의 귀환은 절정에 이른다.
여수 사람들의 ‘서대 사랑’은 지극하다. 아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사랑한다. 여수 사람들은 서대가 ‘1년 열두 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생선’이라고 극찬한다. 그러니 서대회무침은 여수에서 먹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겠다. 여수에서는 조기 없이는 제사를 지내도 서대 없이는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제사뿐만 아니라 결혼식에도 홍어가 빠져도 서대는 빠져서는 안 된다. 서대와 비슷한 바닷물고기로 박대가 있다. 박대는 군산과 서천이 마주하는 금강 하구에서 많이 잡힌다. 서대는 회로 좋고 박대는 말려서 굽거나 쪄서 먹는 것이 좋다는 사람도 있다. 군산에 박대 가공시설이 들어오면서 인천, 서천, 부안 일대의 박대들이 군산으로 들어오면서 ‘군산 박대’라는 브랜드도 생겨났다. 군산에서는 ‘결혼한 딸, 박대 철에 돌아온다’는 말이 있고, 서천에서는 박대 껍질을 이용해 박대묵을 만들기도 한다. 지금은 귀한 손님이 올 때나 내놓을 만큼 귀한 생선이 되었다.
명태는 산 자뿐만 아니라 망자에게도 올리는 제물이었다. 또 당제나 풍어제 등 마을굿이나 개인 고사에 명태는 꼭 준비해야 하는 제물이었다. 경남 통영 사량도 남해안별신굿에도, 부산 대변항 동해안별신굿에도 어김없이 명태가 올랐다. 전염병이 돌 때는 북어 세 마리를 세 줄로 일곱 번 묶어 상가의 추녀 밑에 묻었다. 명태가 사람을 대신해 액을 받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명태의 많은 알이 다산을 상징했던 것, 북어로 변신한 후 모습이 변치 않아 안녕을 염원한다는 것, 항상 두 눈을 뜨고 있어 귀신을 쫓아낸다는 것이 신성한 존재로 여기는 연유라고 한다.
숭어는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는 어류다. 이를 두고 민속학에서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영물로 여겼다. 그래서 큰 굿이나 제사에 제물로 올렸다. 서울 진오귀굿에서는 숭어가 망자를 상징하기도 했다. 조기도 집안 제사는 물론이고 마을 제사에도 빠뜨리지 않았다. 옥돔은 아이를 낳은 산모를 위한 미역국에, 수술을 한 환자의 보양식으로, 명절 음식으로, 제사 음식으로, 본향당의 제물로도 빠뜨리지 않았다. 우럭포를 제사상에 올리지 않으면 ‘반 제사’를 지내는 것이라고 했다.

바다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명태가 동해에서 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다. 최근 50년 사이에 전 세계 표층수는 0.52도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1.12도 상승했다. 즉, 치어를 방류해도 명태가 자라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남획을 원인으로 꼽는다. 1980년대 명태를 대량으로 포획하던 시기에 100만 마리 중 90만 마리는 노가리였다. 명태 어획량의 90퍼센트가 다 자리지 않은 노가리였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결과다. 인간이 만들어낸 참혹한 현실로 인해 그 대가를 우리는 밥상에서 톡톡히 치르고 있다.
서해에서 조기가 사라진 것은 언제쯤일까? 여러 자료와 주민들의 이야기를 모아보면, 1970년대 초반으로 여겨진다. 1960년대 말까지 흑산도 일대에는 조기 어장도 형성되고 파시도 있었다. 당시 『경향신문』(1969년 12월 13일) 기사를 보면, “섬 주민들의 한결같은 푸념은 고기가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수온 변화, 어부의 치어 남획, 산이 벗겨져서 육수(陸水)가 없으니 조개나 굴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저인선이 싹쓸이 어업을 한다. 그래서 조기잡이도 이제 흑산도가 주어장이 되었다”는 구절이 나온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족 자원이 고갈되는 것의 모든 책임은 ‘수온 변화’였다. 서해에서 조기가 사라지자 노 젓는 소리나 그물을 넣고 올리는 소리도 사라졌다.
강정마을 앞바다에는 범섬, 문섬, 섶섬 등 제주도에서도 손꼽히는 바다가 있어 마을 주변에서 옥돔 낚시를 할 수 있었다. 당일바리가 가능한 이유다. 그날 팔지 못한 것은 곧바로 소금에 절여 갈무리했다. 강정마을 구럼비야말로 옥돔을 말리기 좋은 곳이었다. 해풍에 말린 옥돔은 기름이 겉으로 나와서 피막을 형성해 안에서 수분과 영양소가 잘 유지되었다. 그런데 2012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마을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강정천 바다를 잇는 구럼비가 훼손되어 그 피해가 주민에게뿐만 아니라 바다 생물에게도 미쳤다.
우리 바다에서 지난 50년 동안 큰 물고기는 90퍼센트가 사라졌다. 동해에서 명태가, 서해에서 조기가 사라졌다. 이제는 병어와 대구는 말할 것도 없고, 망둑어와 양태마저도 귀한 바닷물고기가 되었다. 거기에 바다 오염은 바닷물고기의 서식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우리 곁을 떠나는 바닷물고기가 늘어간다. 그 사이에 어떤 변화들이 생긴 것일까? 서해의 갯벌은 50퍼센트가 뭍이 되어 공장이 지어지고 아파트가 올라갔다. 서해와 남해의 바다 숲은 백화현상으로 사막이 되었다. 바닷물고기들이 산란을 하고 치어들이 자라야 할 인큐베이터가 사라진 것이다. 어민들은 모기장처럼 촘촘한 그물로 어종을 가리지 않았고, 소비자들은 알배기 생선을 즐기며 텅 빈 바다를 부추겼다. 그러고서 모든 책임을 기후변화와 수온 상승에 떠넘겼다.
바다와 강을 오가던 물고기도 사라지고 뱃길도 다 끊겼다. 과거에 어부들은 어장을 발견하면 금광에서 금맥(金脈)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물고기 반 물 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천금 같은 조기’는 없다. 이제 그런 조기는 칠산 바다에서 찾기 어렵다. 바다풀도 사라져 그나마 형성되던 어장들도 사라지고 토착 어류들도 떠났다. 여기에 4대강 사업으로 그나마 작은 물길도 거의 작살나버렸다. 샛강마저 온전치 않다. 피해를 본 것은 사람들만이 아니다. 바닷물고기가 살아야 할 서식지도 훼손되었다. 또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조류 흐름이 바뀌고 갯벌이 사라졌다. 경계가 없는 바다에서 공유자원의 성격을 띤 어족 자원의 보전과 이용은 그래서 중요하다. 과하게 찾다보면 우리 바다에서 바닷물고기를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것이 바다 생태계다. 바다가 풍요로워지면, 인간의 삶 또한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바다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질서를 마련하고, 바다를 살리는 그물을 드리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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