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전의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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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 돌베개 |
정가 | 13,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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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1438543(1191438546)
쪽수 189쪽
크기 123 * 189 * 17 mm /197g
저자소개
저자 : 전의령
인류학자. 한국의 반다문화·난민반대 담론에 스며든 신자유주의적 정동과 동물복지의 자유주의 윤리에 관한 작업을 해왔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사학을 전공한 후, 미국 코넬대학교 아시아학과에서 네팔의 반인신매매 활동 단체들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인류학과에서 한국의 이주·다문화 담론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유기동물보호 현장에서 일어나는 종간(interspecies) 연민 그리고 난민 담론의 인종·젠더 정치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목차
왜 ‘동물 너머’인가?
Ⅰ. 얽힘
1. 반려동물과 아이
2. 자본, 미디어 그리고 반려인의 마음
3. 인간과 동물이라는 이분법
4. 재건축 현장의 길고양이들
5. 고통은 전염된다
Ⅱ. 고통과 타자
6. 아시아에서 구조된 개들
7. 동물싸움의 현재적 불만
8. 개고기 문화를 존중한다는 말
9. 퓨마의 죽음에 쏟아진 애도
10. 고통의 이미지 속 타자
코로나19, 어떤 위기?
미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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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인간과 동물 그리고 얽힘의 양상들
최근 인문사회학 분야의 ‘동물 논의’는 두 가지 흐름으로 나눠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쉽게 버려지고 죽임당하거나 열악한 환경 속에 노출된 동물들의 삶을 드러내면서 ‘동물권’으로 이어지는 논의가 한쪽에 있다면, 피터 싱어로 대표되는 철학자들의 동물 윤리론이 또 한쪽에 있다. 거칠게 말해 전자가 감정을 자극하고 개개인의 도덕심을 고양시켜 죄책감이나 부채감을 상기시킨다면, 후자는 상황을 탄탄하게 이해하는 이론 틀을 제공하지만 탁상공론이라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렇다면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혹시 동물권과 동물복지 담론이 놓치고 있는 장면들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동물 너머』는 이 질문들을 품고 시작하는 책이다.
책에도 소개된 ‘영리한 한스’ 이야기를 해보자. 20세기 초 베를린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영리한 한스’라는 말이 있다. 네 살이었던 한스는 간단한 수학 문제도 풀고 달력도 읽었을 뿐 아니라 음악 선율도 구분할 줄 알았다고 한다. 1904년 9월 한스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심리학자 칼 스툼프가 이끄는 조사단이 연구를 시작했고, 스툼프의 제자가 이를 이어받아 한스가 사람과 동일한 방식으로 문제를 푼 것이 아니라 ‘사람’ 질문자들의 시그널을 감지하는 능력이 탁월했음을 밝혀낸다. 『동물 너머』에서 이 사례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한다는 것이 곧 서로 의식적·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주고받는 과정임을 인지해보자는 제안으로 제시된다.
특히 ‘1. 얽힘’에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는 특히 비선형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다종다양하게 얽혀 있는 인간과 동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반려문화가 아이를 대체하고 있다는 통계는 현실을 절반만 재현한다. 실제로 반려인과 반려동물은 함께하면서 한쪽에만 종속되지 않는 쌍방관계를 형성하며 서로를 새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기에는 자본과 미디어가 끊임없이 개입한다. 수많은 정보에 언제든 노출되어 있는 반려인은 반려동물의 먹이·집·유치원 등에 지출되는 비용과 관련해 경제적인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죄책감과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애정과 지배는 어지럽게 얽히고 만다. 이는 단순히 인간과 직접 살을 부비며 살아가는 동물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가령 둔촌 주공 재건축 현장의 길고양이들은 인간에게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로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공사 현장을 누비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도시와 주거 공간 그리고 재건축의 의미를 되묻게 하는 질문자로 자리하면서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도식을 뛰어넘는다.
동물의 고통은 말해질 수 있는가? 타자에게 묻지 못했던 질문들
저자 전의령은 그간 난민·이주민·동물·젠더 등을 중심에 놓고 공부와 연구를 지속해온 인류학자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비인간이 서로 만났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일면을 보여주는 작업이 일변도를 이뤘는데, 이번 책에서는 그중 인간과 동물에 깊게 천착한 글들을 모았다. 본인의 반려묘뿐 아니라 우리 주변 곳곳에서 살아가는 유기동물·야생동물·반려동물·동물원에서 살아가는 동물 등을 소환하고, 한국사회의 동물 현상을 보여주는 각종 기사·페이스북·유튜브·영화·애니메이션·동물단체의 활동을 수집했다. 또한 직간접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들었던 수의사·반려인·도축자 등을 소개하고 동물 담론을 논하는 관련 인류학자들의 핵심 이론들을 곳곳에 배치해 논의의 근거로 삼는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저자의 이러한 작업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인 우리가 동물의 상황을 이야기한다는 것도 기본적으로 한계에 직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인간인 동물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고통을 직접 말할 수 없기에, 인간이 대신 그 자리에 서서 스피커 역할을 맡아야 한다. 물론 이러한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반복적으로 공론화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대신 동물이 처한 상황이 제각각 다르며 그 해석도 다양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하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동물을 이야기할 때는 그 안에서 함께하는 인간을 거론할 수밖에 없으며, 이때는 젠더, 계급 등이 세밀하게 얽혀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의령이 대부분의 글을 마무리하며 질문 형식으로 끝낼 수밖에 없는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동물의 고통, 타자의 고통을 말하는 것의 엄중함과 두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2. 고통과 타자’에는 우리가 동물의 고통을 이야기하는 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상기시키는 데 중점을 둔다. 그중 이 책의 마지막 글이기도 한 ‘10. 고통의 이미지 속 타자’가 다루는 “돼지망치살해사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사건명 그대로 한 농장에서 새끼 돼지 수십 마리가 망치로 찍혀 살해당한 일로, 한 동물단체에서 잔인한 행위를 담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공론화됐다. 영상을 접하면 우리는 일차적으로 동물이 당한 잔혹한 장면에 집중하기 마련이라 동물의 고통에 감정이입하며 해당 남성을 비난하는 구도를 취한다. 전의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가 사회에서 기피되는 3D 업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축산농장의 관행 속에서 고용주의 말을 따라야 하는 노동자이고, 유색인종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짚어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우리에게 이어 던진다. 남성의 가해자성을 강조할 때 가려지는 타자성이 있지 않을까? 인간 집단 내부의 불평등은 동물 논의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을까? 세심한 논의를 요하는, 쉽게 답할 수 없는 이 물음이 지금 인간과 동물이 맺는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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