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BN 9788958208488
발행(출시)일자 2023년 08월 25일
쪽수 160쪽
크기 121 * 191 * 15 mm / 363 g
저자소개
저자 : 황정삼
삼삼한 수의사. 대중에게 신선한 방식으로 동물을 알리기 위해 궁리하는 수의사. 브런치스토리에 이모티콘, 마스코트를 비롯해 동화, 만화 속 동물 캐릭터를 수의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이 밖에 동물원과 병원, 일상에서 만난 동물에 대한 단상도 기록하고 있다. 처음부터 동물에 대한 남다른 사랑과 사명감으로 수의사가 된 것은 아니지만, 수의과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야 이 길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서울의 한 동물병원 내과부원장으로 있다. 이 책 『귀여움을 뚫고 나온 친구들』은 저자와 교감한 환상과 일상 속 동물 이야기로, 평소 친숙하지만 귀엽다고 생각하는 데 그쳤던 캐릭터 너머의 동물을 신선하게 알아가는 한편, 마냥 녹록지만은 않은 수의사의 현실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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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모티콘, 웹툰, 고전 작품 속 주인공?
귀여움의 장막을 걷고 나와
한 수의사와 교감한 환상 속 동물들!
우리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동화 속에서 많은 동물 캐릭터를 만난다. 메신저를 하면서 귀여운 동물 이모티콘을 사용한다. SNS를 하면서는 웃기거나 슬픈 동물의 모습을 ‘짤’이나 ‘밈(meme)’으로 소비한다. 그러나 마냥 귀엽다고 여기는 이 동물 캐릭터들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 이 캐릭터가 실제 동물이었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책 『귀여움을 뚫고 나온 친구들』은 현직 수의사의 이런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저자 황정삼은 현재 서울의 한 동물병원에서 동물 환자들을 만나면서, 대중에게 보다 신선한 방식으로 동물에 관한 지식을 전할 방법을 고민하는 수의사다. 그 궁리 끝에 브런치스토리와 유튜브에 이모티콘, 마스코트를 비롯해 고전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 캐릭터들을 수의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크게 3부로 나눈 이 책에서 동물 캐릭터는 1부 ‘귀여움을 뚫고 나온 동물들’에 등장한다. 2019년 남극에서 한국에 도착해 가장 유명한 펭귄으로 자리잡은 EBS 〈자이언트 펭TV〉의 ‘펭수’를 시작으로, 딩동댕 유치원을 보고 자란 ‘어른이’들을 책임지는 〈딩동댕 대학교(딩대)〉 속 ‘붱철(부엉이)’과 ‘낄희(코끼리)’를 살펴본다. 또한 오리너구리와 비숑 프리제 이모티콘의 대표주자인 ‘오구’와 ‘세숑’, 네이버웹툰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에서 주인공보다 더 강렬한 존재감을 보인 치즈 태비 고양이 ‘김애용’ 등 사람들의 주목과 사랑을 받은 캐릭터들을 수의사의 눈으로 바라본다. 여기에 『어린 왕자』의 사막여우나 『위니 더 푸』의 푸, 『플랜더스의 개』의 파트라슈 등 고전 속 동물 주인공도 만난다.
저자는 이들에 대해 우리가 평소 잘 알고 있었지만 실은 틀리게 알고 있었던 지식을 바로잡거나, 잘 몰랐던 정보를 전해준다. 알을 낳지만 모유를 먹기 때문에 ‘단공류’라는 새로운 포유류로 분류되는 오리너구리는 어미의 피부에서 스며 나오는 모유를 먹으며 성장한다(38쪽, 오리 아니라 오리너구리, 오구). 크리스마스 캐럴에 빠지면 섭섭한 반짝반짝 붉은 코를 가진 루돌프는 사실 사슴이 아니라 순록이다(61쪽, 루돌프 순록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목차
프롤로그
1부. 귀여움을 뚫고 나온 동물들
몸은 크지만 마음은 언제까지나 작은 존재를 향해, 펭수
거인증에 걸렸던 황제펭귄? | 펭귄 나이 열 살이면 중년이다 | 수분 보충은 바닷물로도 충분해 | 남극에서 인천 앞바다는 불가능한 거리가 아니다
하이브리드종 부엉이의 탄생, 뷩철
출신은 중요하지 않아 | 내가 뒤에 앉는 건 원시 때문이야 | 없어서 못 먹는 쥐고기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동물로 태어난다면, 낄희
아시아코끼리 홍수 속 흔하지 않은 아프리카코끼리 | 교수님, 보기보다 술이 약하시네요? | 코가 짧지 가방끈이 짧은 건 아냐 | 내가 앞에 앉는 건 근시 때문이야
비숑 프리제 이모티콘의 대표주자, 세숑
비만주의보 발령! | 자나 깨나 슬개골 탈구 조심 | 빗질은 계속되어야 한다 | 세숑, 분리불안은 없어 보이숑
오리 아니고 오리너구리, 오구
피부에서 나오는 모유 | 대소변을 한 곳으로 본다고? | 까불면 뒷발가락을 날릴 거야 | 소식가의 면모 | 호주에서 건너온 조상님들
주인공보다 더 각인된 고양이, 김애용
코리안 쇼트헤어 치즈태비의 매력 | 김애용 씨, 마늘 엑기스는 절대 안 됩니다 | 치킨은 만성신부전을 일으켜요 | 상추 한 장으로 변비가 나아진다면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Sad cat
이 고양이가 우는 이유① 유루증 | 이 고양이가 우는 이유② 안검내반증 | 이 고양이가 우는 이유③ 알레르기와 이물질 | 이 고양이가 우는 이유④ 헤르페스바이러스 감염
2부. 기억에서 벗어나지 않는 동물들
동물원에 간 수의사, 한국 편
동물원에 간 수의사, 싱가포르 편
지구에 소와 돼지와 닭만 남는다면
장마와 길고양이
몇 달 동안 앞발을 쓸고 다닌 초롱이
한쪽 다리보다 값진 사랑을 받은 치즈
길고양이가 된 집고양이 하비
동물과 환경을 위한 소식
3부. 내 삶을 비집고 들어온 동물들
성적 맞춰 들어간 게 잘못인가요?
똥오줌으로 범벅될 결심
수의사의 상처, 신체 편
수의사의 상처, 마음 편
내가 동물을 키우지 않는 이유
희미하고 희미한 워라밸
에필로그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멸종 위기 동물’이 ‘멸종 동물’이 되어갈 때,
내가 진료실 밖에서 할 수 있는 것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캐릭터 분석이었지만, 캐릭터가 된 실제 동물들의 현실을 마주하고 보니 이대로 소비하는 데 그친 내가 부끄러웠다. 이들은 언제나 귀엽고 밝은 모습이지만, 그 뒤에 매우 냉혹한 현실을 품고 있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저 ‘멸종 위기 동물’이 ‘멸종 동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나는 내가 이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고, 하나의 방법을 생각해냈다. 바로 그림으로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었다.
_‘캐릭터 속 멸종 위기 동물들에게’ 중
저자는 캐릭터를 분석하다가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실제 동물 중 생각보다 많은 종이 멸종 위기나 위험 단계에 처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들의 실정을 알리고 도울 방법을 찾다가 NFT 시장을 발견한다. 가상 지갑과 화폐를 만들고, 개체 수에 따라 각각의 위기 단계에 해당하는 동물을 그린 뒤 그 수익금을 세계자연기금(WWF)에 기부하는 것이다. 비록 눈에 띄는 결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이 활동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더 캐릭터 너머의 실제 동물들에게 관심을 가지기를 희망한다. 진료실뿐 아니라 밖에서도 치열히 고민하는 모습이다.
너희를 만난 건 숭고한 사명감 대신 수능 성적이야
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 믿음직한 고백
보통 수의사 하면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있다. 동물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이 너무 좋아서, 생명을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등등 수의사 모두가 하나같이 가슴 찡한 사연이나 숭고한 사명감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동물을 향한 애정과 책임감은 수의사에게 당연히 필요한 덕목이겠지만, 저자는 처음부터 이런 특별한 이유를 가지고 이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저자는 수의과대학과의 인연이 “갑자기, 어쩌다, 우연하게” 찾아왔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4학년, 재수 끝에 나온 수능 성적을 가지고 입시 상담을 하면서다.
그러나 입학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인생의 절반 이상을 동물과 같이 보냈다는 것, 어렸을 때부터 동물 인형만 좋아했다는 것을. 나는 이 학교가 내 인생에 찾아온 행운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다녔고, 지금까지도 이 길을 선택한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는다.
_‘성적 맞춰 들어간 게 잘못인가요?’ 중
이 책에는 마냥 환상적인 이야기만 담겨 있지 않다. 매일 귀여운 환자들을 만나지만 자칫 방심했다간 금세 이들의 배설물로 더러워지는 일상(136쪽, 똥오줌으로 범벅될 결심), 연차가 쌓여도 도무지 적응하기 어려운 동물들의 죽음(143쪽, 수의사의 상처, 마음 편), 주말과 휴일에 몰리는 환자와 보호자 때문에 여느 서비스직처럼 남들 놀 때 일해야 하는 현실(150쪽, 희미하고 희미한 워라밸) 등 지극히 세속(?)적인 이야기를 한다. 담담하게까지 느껴지지만, 어쩌다가 동물들에게 스며든 삶을 살고 있는 저자는 자신의 미래를 확신한다. 훗날 수의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그게 동물의 곁을 떠나는 일은 아닐 거라는 것을.
책 속에서
펭수는 남극에서 인천까지 엄청난 거리를 헤엄쳐 왔다. 그 원동력은 바로 담수를 마시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는 펭귄의 안와상샘(Supraorbital gland) 덕분이다. 안와상샘은 펭귄을 비롯해 갈매기 같은 해양 조류에게 있는 독특한 조직으로, ‘supra’는 위, ‘orbital’은 눈, ‘gland’는 샘을 뜻한다. 말 그대로 ‘눈 위쪽 근처에 있는 샘’이다. 해양 조류는 이 샘을 통해 혈류 속에 있는 나트륨을 빨아들여 고농도로 농축한 다음 재채기 등을 통해 배출한다. 펭수에게도 이 안와상샘이 있을 것이며 바닷물로 수분을 보충하면서 남극에서 인천까지 오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몸은 크지만 마음은 언제까지나 작은 존재를 향해, 펭수」중에서
세숑은 현재 비만도를 측정하는 신체충실지수(BCS)가 7/9에 해당할 정도로 과체중으로 보인다. 1로 갈수록 저체중, 9로 갈수록 과체중인데, 7단계는 갈비뼈를 만지기 힘들고 허리와 꼬리 부분에 지방 축적이 보이는 상태다. 허리를 구분하기 힘들고 배가 나와 있는 세숑은 7단계에서 8단계로 가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세숑이 지금처럼 단 음식을 고집한다면 초고도 비만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 경우 슬개골 탈구가 훨씬 쉽게 일어나고 나중에는 디스크도 생길 수 있다.
---「비숑 프리제 이모티콘의 대표주자, 세숑」중에서
작품에서 흑마늘 엑기스를 마신 김애용. 그러나 실제로 마늘은 고양이에게 아주 위험한 음식이다. 사실상 사약이나 마찬가지다. 마늘에 있는 티오황산염(Thiosulfate) 성분이 고양이의 적혈구를 파괴하여 심각한 급성 빈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잇몸이 새하얗게 변하고 기력이 떨어지며 호흡이 빨라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주인공보다 더 각인된 고양이, 김애용」중에서
그런데 방사선 검사에서 인식칩이 확인되었다. 그렇다. 예상한 대로 이 아이는 사람과 같이 살았던 집고양이였다. (…) 일단 수액 줄부터 달려고 하는데 아이가 경련을 시작하더니 내원한 지 두 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 길고양이는 집고양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집고양이가 길고양이로 자리 잡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길고양이가 된 집고양이, 하비」중에서
사람들은 수의사가 전문적이고 깔끔한 직업이라 여길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똥과 오줌으로 범벅되는, 조금은 지저분한 직업이다. 만약 수의사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동물의 배설물이 잔뜩 묻은 자신을 상상해보라. 그걸 참을 수 있어야 미래에 펼쳐질 수의사 생활이 덜 어려울 것이다.
---「똥오줌으로 범벅될 결심」중에서